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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별일 없이 산다 外 2가지




별일 없이 산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몇 번이고,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별 쓸만한 얘기가 없었다. 쓸만한 얘기가 없었다는 것은 그동안 무언가에 크게 분개한 일도, 무언가 아주 새로운 발견에 흥분한 일도, 특별히 살아가는데 회의를 느낄 일도, 특별히 결심을 다진 일들도 없었다는 것과 비슷한 말인 것 같다. 즉, 그냥 별 일 없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뒤늦은 혼인을 챙기는 선후배 동기들의 결혼식을 따라 다니기 바쁘고, 예전보다 빈번하게 생기는 상가를 다니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지인들의 소식을 안주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열정이 없고, 치열함이 없으면 젊음이 아니라는 카피와 구호에 발을 동동구르며 불안과 초조에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다. 쉽게 타오르고, 쉽게 사그라드는 건 이제 너무 많이 해봐서 인가보다.


2가지, 회피와 냉정
별 일 없이 사는데는 참 모순된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 없이 많은 비상식적인 일들, 사람이 죽어 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과 탐욕속에 일그러진 인간들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걸까? 더럽고 힘든 꼴을 보기가 싫은 것, 분노하고 싶지 않은 것, 즉 불편한 것을 견디기 힘든 탓인 것 같다. 어느순간 부터 TV에서 나오는 토론 프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역시 개그와 축구가 최고라 생각하고 퇴근이후에는 일에 관한 이야기 조차 점차 피하게 되는 이러한 병적인 상태. 아마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에서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이 말한 것 처럼 '진실 피로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리고 나 또한 대중들에게 불편한 진실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 쌓여 가는 것.
 
둘째는, '냉정'해 지고자 하는 마음. 너무 쉽게 끓어 올랐다가, 허무하게 식어버리는 빌어먹을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그리고나니 이제는 믿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아 졌다. 특히 무슨 일만 터지면 앞뒤 없이 개거품 물며 싸우자고 외치는 소리와 정말 개소리가 이제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단 1cm라도 승리하는 것, 단 1cm라도 다른 세계를 그리고 상상하며 사는 것, 그렇게 되고 싶은 거다.

아마 난 첫째의 상태이면서 스스로를 두번째라고 세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불편하고, 분노하고, 속상하고, 가슴 터질 것만 같은 이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 '진실 피로증'에 쌓인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결국 작지만 값진 승리를 쌓아가는 것, 분노에 찬 눈 빛으로 세상을 증오하며 갈아 엎자고 하기 보다는, 희망찬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나누는 것이 아닐까.  

마음의 피로가 너무 쌓인 듯 하다. 그러니 별일 없이 살 수 밖에 없다. 무언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으련다. 작은 승리를 일굴 수 있는 무언가,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그려나가는 일을 찾아야 겠다.

[별 일 없는데 글을 쓰려니, 참 두서도 없고,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