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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차라리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시거나.



case 1> 중학생 시절, 난 특별활동으로 축구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 운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그 시간만큼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한참을 혈기왕성하게 뛰어놀다가, 너무 목이 말라 친구들과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신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 체육선생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소위 공포의 대상이던 '체육실'로 끌려가 뒈지게(야구 방망이 풀스윙으로 엉덩이를 한 50대 때리더니, 테니스 라켓으로 머리를 무차별하게 구타했다.) 맞은 적이 있다.

case 2> 고등학교 시절, 교련시간에 집총훈련을 했는데, 그 교련선생은 아마도 퇴역한 령급 장교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언가 나한테 질문을 했고, 난 그 질문에 '다'나 '까'가 아닌 '요'자를 붙여 대답을 한 혐의로 수십대의 뺨을 맞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식을 그 자리에서 들이 받아 버리고 내가 학교를 그만두던가, 고소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니고, 학교가 군대도 아니고, 반말을 한 것도 아니라 단지 말이 '다'나 '까'로 끝나지 않았다고 학생의 뺨을 수십대를 후려갈기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외에도 학창시절,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시절까지 참 많이도 맞았다. 그리고 아마도 누구나가 위의 case들과 같이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동창회에 가면 반은 학창시절 맞은 얘기가 아니던가? / 나머지 반은? 군대얘기?)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학교내의 체벌금지령을 내렸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교사들의 90%정도가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고,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어쩌구 떠든다. 맞을 짓을 한 놈, 말 안듣는 놈, 잘못 한 놈은 맞아야 한단다.

근데 세상에 맞을 짓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런 짓을 한놈이란 또 누구란 말이냐?  누군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패고, 잘못 했다고 해서 패는 것이 정당하다면 세상은 아마 전쟁터로 바뀔 것이다.

더군다나 맞는다고 잘못이 고쳐질까? 때린다고 말 안듣는 학생이 말을 잘 들을까? 물론 공인된 폭력앞에 인간이 굴종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굴종이다. 폭력에 대한 굴종이자, 권력의 공포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학교에서 맞고나면 앞에서는 잘못했다고 해도, 뒤에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한번 힘차게 올리는 사례가 90%는 될 것이다.

차라리 선생님들이 솔직했으면 좋겠다. 핑계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무능해서 회초리를 들 수 밖에 없다고, 아니면 선생대비 학생수가 너무 많아서 참교육하기 어려우니 교육시스템을 개선하자고 외쳤으면 박수를 쳐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비겁하다. 학생들을 떄리지 않으면 교육이 안된다고?

어제 뉴스를 검색하려고 모검색창에 들어가 '체벌'을 쳐보니, 회초리를 판단다. 각종 회초리가 다 있다.이름은 하나같이 '사랑의 회초리'. 당신들은 사랑하면 맞고 때리고 그러는가? 무슨 SM도 아니고, 기가 막힌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