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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꼰대들이 온다.


학교에 다니면 가끔 '장학사'라고 불리는 꼰대들이 방문을 할 때가 있다. 그 순간 그 학교의 구성원은 더이상 '교사'나 '학생'이 아닌 연기자가 된다. 평소 하지도 않던 짓거리를 마치 매일 반복이나 하는 것 처럼 연기를 해야 하고, 학교라는 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세트장이 되어 버린다. 그런 짓거리가 현장에서 교육실태를 점검한다는 미명하에 진행된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행정, 공공영역이라는 것이 모두가 형식적이고, 소위 '가라'문서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우친 곳이 바로 군대다. 하지도 않은 교육과 일정을 모두 '문서'로 대체하고, 누군가 높은 사람이 부대를 방문한다하면 부대 내에 나무들까지도 '각'을 잡아야 한다. 이 또한 병사들의 사기증진 따위의 말도 안되는 미명하에 진행된다.

곧 있으면, 우리 나라에 장학사들이, 혹은 사단장 쯤 되는 양반들이 방문을 하는가 보다. 88년 서울 올림픽때 길가에 즐비했던 떡볶이 가게들을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다 철거하고, 철거민들을 무참히 짓밟아 놓고, 제 국민을 쓰레기 치우듯 밀쳐내며 벌였던 일들이 'G20'이라는 별 시덥지도 않은 회의 하나 때문에 반복되는 듯 하다. 마치 장학사들이나 부대의 수장이 방문했을때 처럼 국민들에게 연기를 강요한다. 그것도 다름 아니라 들어본 적도 없는 '국격'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단 하루 회의를 개최한다 해서 '국격'이라는게 높아질리도 없건만, 제 나라 백성들의 일상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시는지 요구도 많고, 하실 말씀도 많으시다. 공영방송에 그 놈의 '특집프로'는 뭐가 그리 많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내버리는 것 까지 참견하시는데다가, 포스터에 낙서를 했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때아닌 간첩사건과 강남 한 복판에 만들어지는 '쥐'라기 공원까지. 마치 프랑스의 액션영화 '13구역'인가처럼 자기 국민들을 가둬버리겠다는 심사다. 제 나라 백성들의 삶 자체를 더럽고 하찮게 여기시는 높으신 양반들의 깊은 뜻이 가슴 깊이 전해진다.

세계 경제를 말아먹고, 전세계 민중들의 삶을 파탄 낸 장본인들이 모이는 회의가 'G20'이다. 자기들의 탐욕과 무능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부끄러워 하고, 고개숙여야 하는 가해자들을 위해 우리 가카께서는 친히 잔치를 준비하고 계시고, 도적들의 '왕'행세를 하며 자랑스러워 하고 계신다. 그 더러운 판에 시중을 들라 강요당하고, 마치 드라마에서 처럼 손님이 왔을때 부끄러운 자식을 숨겨 놓듯 조용히 짱박혀 있길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불쌍한 민중들이다. 아마도 지난 40년 전 자신의 온 몸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쳤던 청년의 외침이 바로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는 척박한 땅이기에 이 도적놈들의 잔치도 가능한 것일게다.

뭐 어차피 결정사항도 애매모호할 것이고, 그 이행도 장담할 수 없는 해프닝 정도를 위해 국가 하는 꼴이, 장학사 꼰대나, 사단장 꼰대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게다. 이 더러운 도적놈들의 회의를 위해 피곤한 연기와 짱박혀 있기를 강요당하는 현실이 분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