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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저들이 불을 지핀것은 민중이라는 변혁의 시한폭탄의 심지다.


[정권의 타살로 인해 운명하신 모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물론 아직도 우린 야만의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사실 우린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은 고통을 강요당하며 살아야 한다. 자본의 지배가 끝나지 않는 이상 사람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맑스의 말대로 계급투쟁의 역사다. 노예의 쇠사슬을 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야 했던가. 신분제 봉건사회의 낡은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목숨을 던지며 저항하고 투쟁했던가. 근대의 시민권 획득, 조금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피와 땀과 목숨을 담보로 우리가 발딛고 있는 시대의 현장까지 우리는 달려왔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가 쌓아올렸던 그 숭고한 성과에 비해 오늘의 이 아픔이 너무나도 크다. 조금만 참고 저 변혁의 땅, 해방의 땅에 우리의 깃발을 내리꽂자고 조금더 가열차게, 조금더 빡세게 조직하고 투쟁하자고 말하기엔 오늘의 아픔이 너무 크다.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그저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저항하는 사람들을 불에 태워죽이는 시대. 아마도 아득하게 먼 과거를 돌아 회상하며 그때는 그랬지 라고 혀를 끌끌차며 느껴야 했던 그 고통을,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내하라고, 그렇게 강요당할만큼, 우리가 길어올린 역사적 성과라는 것이 결국 허무하다.

불도저 처럼, 공권력이 없으면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정권. 그들이 불을 지핀 것은 살자고 발버둥치던 철거민들도 아니고, 철거현장의 망루도 아니다. 바로 민중이라는 변혁의 시한폭탄의 심지다. 죽음이 너무쉽다. 그래서 너무나 아프다.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해야 할일은 그저 죽은 이들의 넋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