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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날씨가 한참 추워지더니, 이내 눈발이 날린다......여느 해 연말처럼...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멍하지만은 않았지만, 무얼 했나 돌아보면 딱히 내세울것도 없는 한해가 그렇게 지나간다.
무언가 내세우기 위해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목표와 그 실천을 위한 냉철한 자기 점검이 없다면
오히려 소유를 위한 삶보다 더 밋밋한 삶일 수 있다는 긴장감이 조금씩 조여온다.

내 나이. 많지도 적지도 않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난 안다. 그리고 난 조금 남들보다 늦게 인생을 배운다.
얼핏 앞사람의 뒤를 잡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잡지 못해 조바심 내며 흘러가는 세월은 아깝다. 

20대의 나이. 우리 또래 친구들이 갔던 길에 난 늘 막차를 탔다.
그리고 홀로 훵하니 남겨진 덜그덕 거리는 기차에 난 아직도 타고 있다.
목적지는 있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그 기차에,
난 그렇게 덩그러니 몸을 맡기며 달려간다.

간혹 차창넘어엔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이 보이고,
간혹 차창안쪽엔 구역질 날듯 추잡함이 드리워질 때도 있다.  
그래도 난 이 기차안이 저 밖의 세상이 보여주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썩어 문드러진 진실보다
그 진실을 위해 나를 던지고 남을 밟으며 하루하루 숨막히는 허영의 숨박꼭질의 삶을 살아가는 것 보다
값지다는 것을 안다.

때론 너무 외롭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오르고 내리고, 오랜기간 몸을 맡기는 사람도 있지만
장사꾼, 양아치, 구역질 나는 위선자, 현실의 모습을 단 한줌도 바꾸어내지 못하는 교조주의자
주관에 휩싸여 사람을 투쟁의 도구로 여기는 거만한 족속.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들이
시장통 잘려나간 생선 머리대가리들 처럼 우굴우굴 거릴때.
박노해가 얘기한 진정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는
어릴적 콧방귀꼈던 바로 그 글귀가 뇌리에 박힌다.

올 한해도 저물고 있다.
무엇을 쥐었느냐기 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한 깨달음이 컸던 하루하루다.
기차는 조용히 목적지를 향해 오늘 하루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