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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쌍용차]더이상 바닥을 치지 말지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영웅적인 투쟁이 어제 큰 불상사 없이 막을 내렸다. 물론 아쉬움이 너무나 크고, 자본과 정권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먹혀 들어간 협상이었지만, 천 여명의 노동자들이 옆에 있는 동지들과 지도부를 믿고 벌인 77일간의 투쟁은 그 자체로 한국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영웅적인 투쟁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투쟁이 끝까지 되었더라면 용산참사 보다도 더한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리라. 도장 공장을 나와 지도부와 진한 포옹과 인사로 점거투쟁을 마무리 하던 노동자들의 모습에 그리고 한상균 지부장과 그 전사들의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는 바로 우리 모두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하고 자본과 정권의 정리해고를 이겨내지 못한 쓰라림과 아픔의 눈물이지만, 물과 불빛도 없는 칠흙의 어둠속에서도 동지들의 믿음과 신뢰로 만들어낸 투쟁이기에 흘릴 수 있는 가슴 짠한 눈물이었다. 그러하기에 누구도 협상과 그 결과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진다. 그리고 우리가 쌍용자동차 투쟁의 그 아쉬운 결과를 보면서 타협이었느니, 실패였느니 가슴에 삭히며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쌍용자동차의 투쟁이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실력과 수준을 바로 밑바닥까지 보여준 그런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명확해 진 것은 이명박 정권이 어느 계급의 정권인가 이다. 한미FTA를 위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서 부터, 건설사들의 이익 보장을 위한 각종 재개발사업들과 용산참사, 재벌들의 방송진출 허용을 위한 미디어법 개악, 비정규직 양산법안 논란, 금산분리 완화법, 그리고 쌍용자동차까지........ 이명박 정권은 노골적으로 대기업과 재벌들의 편에서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물론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중 그 누가 인민을 위한 정권이었겠는가 만은 이토록 노골적으로 저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발버둥치는 모습에 하루하루 놀랄 뿐이다.

자본과 정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공권력과 미디어, 교육과 문화까지 장악한 저들은 전방위적인 공세를 피며 진보진영을 포위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분노하고 억울하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하며 저항했지만, 여기까지 밀려왔다. 쌍용자동차 투쟁의 결과는 자본과 정권의 전방위적 공격앞에 드러난 바로 우리 운동의 한계이다. 그리고 이제는 냉정히 우리를 돌아볼 시점이다. 그리고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우리 운동의 도약을 위한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진보진영의 주객관적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작업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구호와 당위성을 위한 운동과 투쟁이 아니라, 저들이 저들의 계급적 이해를 위해 철저히 무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계급적 밑바탕을 튼튼히 다지고, 우리의 계급적 요구와 이해를 위해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 문제는 거리로 나서는 것보다, 뿌리를 튼튼히 다지는데 있다. 무너진 현장을 복구하고, 이 땅 노동자의 절반이지만 미조직 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계급적 동지들과 소통과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쌍용차 투쟁을 통해 이제 권력과 진보진영 모두 벌거벗겨 졌다. 저들이 어느 계급의 편인지 우리는 똑똑히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실력과 수준도 이미 다 드러났다. 이제는 이기는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고되고 더디더라도 쉬운 길이 아닌 정도로 가야 한다. 더이상 패배하고 물러나기엔 이제 우리뒤에 길은 없다. 오직 낭떠러지 절벽이 있을 뿐이다. 정권과 자본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계급적 진지를 구축하는 이상, 우리도 우리의 계급적 진지를 다시금 철저하고 완고하게 꾸려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진지공사를 너무나 미루어 왔다. 그러나 더이상의 미룸은 우리의 진지를 무덤으로 만드는 자살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