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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담금질.


그래서 예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보며 사는게 차라리 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용산참사 관련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인용하며 농성자들에게 유죄를 선언했습니다. 한마디로 아들이 화염병을 던져서 아버지를 죽인 격이 되었지요. 오늘은 헌법
재판소에서 미디어법 관련 절차는 '위법'인데, 법은 '유효'라는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강간'은 했는데, '성폭행'은 아니다는  웃지 못할 비유도 하더군요. 술 먹고 운전한 것은 맞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했던 제가 제일 싫어하는 연예인의 주둥이에서 나온 말이, 오늘 헌법재판소의 고귀하신 판사어르신의  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용산 재판의 결과도 헌재의 판결도 놀랍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에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그리 분노도 끓어 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우리 사회 지배층의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와서 인가 봅니다.

노동자가 제 몸에 불을 붙여 타들어가는 고통속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쳐도, 그저 자기만 알고 경제는 모르면서 일하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철없는 무지랭이의 꿈틀거림 정도로 알아 듣는 사람들을 너무 오래 봐와서 인가 봅니다. '함께살자'고 절규하는 이들에게 물과 전기까지 끊어가며 고립시키고, 이도 모자라 너희랑은 함께 살지 못하겠다며, 특공대를 투입해 개패듯이 패버리고는 모두 감옥에 쳐 넣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봐와서 인가 봅니다. 집한칸 가게한칸 지키겠다는 불순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야 불에타 죽어도 책임지는 놈이 아무도 없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사회에 살아서 인가요? 모든 걸 가진 자본과 부자들에게 아무것도 없는 서민들이 나머지 것을 양보하는 것이 상식이자 미덕이 되어버린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서 인가요?

억울하고 비통하고 눈물이 나지만, 쉽게 분노하지 않으렵니다. 무엇이 더 있을까요? 제가 보아야 할 나쁜 것이 제가 보아야 할 더 충격적인 것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가진 마음이 분노가 아닌 냉철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뜨겁게 달구던 씨뻘건 칼날을 다시 차가운 물에 반복적으로 담금질 하듯, 내 자신을 담금질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간 비수가 되어 저들의 명줄을 단 번에 끊어낼 수 있는 서슬퍼런 칼날이 되길 바랍니다. 쉽게 꺼지는 분노보다는 냉철함으로, 우리 모두 담금질을 합시다. 그래서 우리모두 서슬퍼런 칼날이 되었을때, 이 모든 분노와 원한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