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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진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진보가 되자!


지난 해 전대미문의 촛불시위가 있었다. 집권 반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수백만의 촛불 인파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것도 몇 달 동안이나 말이다. 진보진영도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1년 365일 주구장창 서울시내와 전국 도심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끌어 갔던 진보진영은 처절 하리 만큼 주변부에 밀려있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대단하다!”를 외치면서 말이다.

그 역사적인 촛불은 비록 원하던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러하기에 사회변혁운동의 이론적 측면에서 촛불의 한계를 논하고 진보진영 대응을 짚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그 역동적 진출 속에서 주변인으로 밖에 설 수 없었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어설프게 촛불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그들에 대한 ‘지도’를 운운하거나, 대중들의 역사적 진출 자체를 어설프게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낮 뜨거운 작태를 보이는 것은 촛불이 우리에게 준 메시지를 똑똑히 읽지 못하고 영원히 주변인으로 남겠다는 선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분들이 주변에 종종 계시기에 개인적으로 걱정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촛불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들을 내려 주셨다. 촛불의 계급적인 분석부터, 그 의제에 대한 이야기들, 실질적 정치세력으로서의 진보적 구심의 부족 등. 결국 진보진영의 부족으로 인해 대중의 자발적 진출로 이루어진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진보적 조직역량과 섞이지 못했고, 촛불은 횃불로 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던 것 같다. 정치적 구호에서 진보진영은 촛불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며, 그저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형국이었다.(누굴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는 의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과 우리는 문화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촛불이 보여준 문화는 신선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와 의지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무리지어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곳곳에서 정치토론이 오고가고, 한편에서는 마술을 선보이는 무리가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인터넷을 무기로, 다양한 생각들과 가치들을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토론하고 함께 나누었다. 촛불이 보여준 것은 바로 시민민주주의의 자율성, 다양한 가치의 무대들, 축제와 같은 정치문화의 장,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직접적 방식의 쌍방향 소통이었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삽입되어 있었는지 의심이가는 CD(양도성 예금증서가 아니라 Compact Disk)한 장에서 쩌렁쩌렁 울려나오는 매번 똑같은 투쟁가요, 통일적이고 조직적인 것을 넘어 다양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공포(?), 언제부턴가 끝도 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형태의 형식적인 집회, 그리고 발언들........

후자의 부분을 조금 비판적으로 기술하긴 했지만, 후자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진 역사성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존재함을 모르는 것 아니다. 또한 진보진영 특히 조직된 노동운동진영이 제조업 중심의 40대 이상의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젊은 세대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결합하려는 의지와 역량이 있는가라는 측면이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찾고자 한다면야 더 떠들어 봤자 필요 없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미래를 내다보는 진보정당에게 젊은 세대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제는 그저 먼 훗날의 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는 우리 진보진영의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소위 칙칙하고, 닫혀있고, 비장하고, 어둡고 등의 문화에서 탈피하여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결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진보적 가치의 새로운 세대로의 확장이라는 우리의 미룰 수 없는 과제와 결부되어 있다. 경직된 집회 방식과 문화를 떠나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진보로, 대중들의 창발성이 발현되는 문화적 공간을 진보 진영 속에 만들어 내는 것, 온라인 공간속에서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 속에 대안들을 펼쳐내는 것, 이것이 촛불이 우리에게 준 또 하나의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