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의 '오,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다. 제목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맞을거다. 수배생활에 운신이 자유롭지 못할때다. 영등포시장 주변을 버스를 타고 지나는데, 어둠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팔러나온 온갖 채소들을 머리에 한가득 이고, 어둠을 피하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던 거리의 상인들, 아니 상인이라고 하기엔 행색이 너무나도 초라한 그들의 모습이 거대한 건물앞에 셧터스피드를 빨리 돌리는 카메라의 영상처럼 지나다닌다.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지나치게 감상적일 수 있지만, 난 그곳에서 바로 노래에 나오는 저 먼 봄이 사는 곳을 본듯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는, 늘 긴장과 의심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묶인 몸이어서 였을까. 하루하루를 나는 것 자체가 힘겨운 삶이라는 것에 대한 친근감일까.
아직도 이 노래만 들으면 당시의 풍경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음악이란 참 신기한 힘이 있다. mbc의 모방송에 나왔던 게스트가 음악이란 '추억냉장고다'라고 이야기 한 것을 들었다. 그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에 얽힌 추억들을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라나, 뭐 비슷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며 심히 공감이 갔다.
지금도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면 생을 살며 다양하게 겪은 수많은 순간들이 떠오르곤 한다.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노래도 있고, 그것이 즐거웠건 괴로웠건 마치 추억이라는 앨범을 꺼내드는 것처럼 장면장면이 머리속에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