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참 오래 다녔다. 항상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놀란다. 뭐 내 나이가 아주 많은 나이가 아니다. 이제 32살. 몇 일이 지나면 33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사무국장은 올해 몇이요?"라고 물었을때 "서른 둘입니다."하고 대답하면 10중 8-9는 놀라는 기색이다. 내가 '동안'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물론 난 좀 '동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걸 내세우는 거냐고? 절대 아니다. 난 내가 '동안'인 것이 너무 싫으니까.(그래도 동안은 맞다.ㅎㅎ) 결론 부터 말하면 '동안'이라서라기보다는 학교를 오래 다녀서 그렇다.
학교를 막 나와서 당 사무국장이 되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마 내 나이를 한 이십대 중반정도로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대학을 다닌, 아니 정확히 얘기해 학생운동을 서른살이 넘는 나이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매치가 잘 안되는 거다. 엊그제까지 학생신분으로 투쟁에 연대하고 함께 했었는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서른 셋이라니.....
학생운동을 오래하다보면 참 많은 경험을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업의 정형을 익히기도 하고, 후배들을 학습시키고, 조직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쌓이고, 관념적으로나마 세상돌아가는 모습, 운동판이 굴러가는 모습 뭐 이런 부분에 나름대로 잔뼈가 굵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나름 장점도 있지만, 자기 관리를 잘 못하다보면 참 안좋은 꼴도 많이 보이게 되고, 관료화 되기도 하고....물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동지들도 있다. 멋지다. 그리고 때로는 소위 학출이라는 냄새가 너무 짙게 배이기도 한다. 물론 학출이 무슨 죄인가마는, 학출 특유의 관념적이고, 가르치려고 들고, 약간 시건방 떨고, 나쁜 의미로 이론갔다 붙이기 좋아하는 등등의 모습이 생기기도 한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다.
지난 2007년 말 대선을 한달여가량 남긴 시기부터 올해까지 정말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다사다난이란 표현을 내 입으로 내 경험에 따라 일반 수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로 써보기는 머리털나고 처음인것 같다. 당에서 한번 일해 본답시고 시작했던 사무국장 자리가 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참으로 다사다난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갓 사무국장의 직함만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치루어야 했던 대선, 대선이 끝나자 불어온 당내 분란과 대규모 탈당사태, 그와 맞물려 진행된 총선...... 그리고 지도부의 공백과 당조직의 와해속에서 다시금 당을 세워내던 과정들......이 어찌 다사다난하다 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나에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알게 해주었다.
돌아보면 무엇하나 손에 꼽을 성과도 없고, 무엇하나 내 마음과 결심에 따라 진척된 일도 없지만, 새로운 환경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그냥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다.
학생이 아닌 자리 그것도 공당의 사무국장으로 앉아 매사에 구체적인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환경속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매사에 조심스럽고, 조금은 소극적일 수도 있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또한 나와 생각이 전혀 다른 여러 사람들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의 사상을 때로는 지키고, 때로는 수정해 나가는 그 과정들에 더욱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과 현실에 발딛지 못한 관념과의 전투, 토론과 구체적 실천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결심도 해본다.
지난 한해가 조금 넘는 기간, 남들보다 조금은 긴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게 그 기간은 본게임을 뛰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이제 보인다.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고, 어떻게 책임성있게 내 자리의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2009년은 그런 결심들이 소중한 결실로 수확될 수 있도록 심장이 터지게 한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