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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전선 공부 안하냐? - 선거를 준비하며 몇가지 단상

선거국면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 이런저런 토론들을 자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보통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어쩔 땐 참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오기도 하고, 참 답답하고 힘빠지기도 한다. 뭐 지역에 이미 암세포 처럼 만연해 있는 정파구도도 그렇고, 또 현실감 없이 원칙과 이론을 들이대며 나오는 사람들도 그렇고 답답하고 힘든 일이 많다.

물론 내 스스로가 무오류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겐 내가 답답할 수도 있고, 사무국장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눈에 가시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분발하고 정치력을 키우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늘 할 말이 없다. 하기야 어떤 얼빠진 활동가가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활동을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더 많은 노력과 실력배양과 사색이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나는 완벽하지 않으니 닥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참~

무수한 음모론
선거 때가 되니 사람들이 조금씩 이성을 잃어간다. 말로는 연대연합, 명박이를 제끼기 위해 단결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고 있다. 누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숨겨진 의도가 있다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쌩쑈를 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에서는 그 잘난 주둥이로 단결이요 연대요 뒤에서는 계산하고 뒷담이나 까고 앉아 있으니, 진보진영이 단결하기는 아직 멀었나 보다. 난 정파로 부터 자유로운 편이니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게 되지만, 양 극단으로 가게 되면 정말 가관도 아니다. 소설을 쓰고 있다. 그것도 3류 소설을. 아놔~ 도대체 정파를 위한 운동하는 사람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좀 인민을 중심으로 사고할 수는 없는 걸까?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3류 소설쓰기에서 좀 벗어나면 안 되는걸까? 이 정파에 찟겨진 세대들이 운동을 장악하고 있는 한 정말 연대와 단결의 미래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요즘 너네 전선공부 안하냐?
왠 전선?  얼마 전 당에서 간담회를 했다. 당의 선거기조인 '반mb'를 지역의 실정에 맞게 풀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가 주 골자였다. 사실 그동안 당이 지역에서 내용없는 '반mb'의 원칙을 들이대면서 오히려 연대연합을 협소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렇다. 최초 지방선거를 고민하면서, 진보대연합이냐 반mb연합이냐가 논란과 논쟁이 되었다면, 이미 이 논의가 진화하여 그렇다면 어떤 '반mb'를 할 것이고, 진보연합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래서 지역 시민사회 진영이 지역 토호가 아닌 주민 민주주의 복원, 주민참여를 등을 내세우며 선거를 치루자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계속 '반mb'가 기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가? 초지일관 모든 선거의 방점을 mb타도에 맞춰서 진행해야 한단다. 지역에서 무상급식 무상교육 운동을 하자했더니, 4대강예산반대를 집어 넣어야 된다고.......그리고 그것이 초지일관 집권전략에 맞추어 고민되는 거라고.

그 날 토론도 그랬다. 명박이를 제끼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게 기조와 전략을 고민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요즘 너네 전선공부 안하냐?"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전선!' 아~ 내가 그걸 생각 못했었던 건가? 전국적인 전선을 광범위하게 꾸려내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과제 였던 것을. 어차피 우리는 강력한 전선에 기반한 인민의 항쟁에 의거해 일거에 적들을 섬멸하고 정권을 탈취해야 했던 것을. 애당초 알량한 지역 권력이란 우리의 관심도 아니었는데.......머리가 아파온다. 이러니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 상대를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전선' 공부를 하지 않는 수 많은 당원들은 반성하라!


배타적 지지 원칙?
얼마전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대대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후보를 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민주노총은 총연맹의 방침으로 엄연히 민주노동당을 배타적 지지하게 되어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신당의 후보와 무소속 후보까지 정치후보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이 옳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또한 그런 결정을 준비한 사람들이 조금 더 세련되게 이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패권과 패권이 맞붙어 지는 놈이 승복해야 하는 익숙한 광경이 또 연출되고 있었다.

시협에서 공선본을 하자고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배타적 지지 조직인데 우리랑 선본을 꾸리고 진보신당과는 다르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 내에서는 이런 문제제기 한다 해도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내 오지랖이 그렇게 넓지도 못하다. 하지만 당에서 이러면 문제가 된다. 이걸 우리가 받아들이게 될 경우 선례가 된다고 한다. 좋은 선례? 나쁜 선례? 헷갈린다.

물론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썩 매끄럽지 못했기에 안타까움도 있다. 그러나 결국 당으로 돌아오면 그것을 못받을, 아니 안받을 이유가 있나? 특히나 우리 지역은 후보가 겹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진보진영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의 목소리로 함께 선거를 치루게 된다면 그것은 좋은 선례인가? 나쁜 선례인가?

원칙을 말한다. 연대연합 하되 원칙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은 그 자체가 원칙이 아니었다. 통합된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민주노총이 이야기했던 원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이었다. 그러나 원칙은 이미 훼손될 때로 망가졌다. 그것이 바로 진보정당의 분열이고, 이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지금 더 능동적으로 진보진영의 단결을 추동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래야 이후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합도 예비할 수 있으며, 그것은 바로 좋은 선례가 될거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민을 중심으로 사고 하는 것이며. 알량한 기득권을 버리고, 통큰 단결과 연대연합을 실현하는 길이 아닐까?

참~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언제든 좋은 소리, 아무때나 맞아 떨어지기에 공허한 소리만 늘어 놓으며 교과서를 읽는 사람들하고 대화를 하고 나면 핀트가 자꾸 벗어난다. 혹자는 코드가 안맞는다고 한다. 말이 안통한다고, 아니 토론자체가 안된다고, 애당초 주파수가 다른 무전기로 허우적 대는 느낌이라고.......박수도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서로 허공에 얘기하는 느낌, 벽과 대화하는 느낌. 이것이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고, 낡은 것과 새로움이 만드는 간극이다. 연대연합을 얘기하며 자기 선명성 내세우기에 급급한 사람들........ 


내가 이래서 당파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일단 지껄일건 지껄여야 겠다.